암뉴스

암뉴스

요양병원 재활입원자 ‘신체기능저하군’ 분류 강제퇴원… 200만명 암환자 어디로 가나

관리자 2018.09.14

 심평원 심사서 급여 삭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재활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하자 암 환자들이 언론 앞에 나서 울분을 토했다.

한국암재활협회는 이달 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만명의 암 환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는 심평원 조치의 부당성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심평원은 광주 전남지역과 경기도 등 암 전문요양병원의 보험급여 심사과정에서 암 재활환자의 경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입원의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입원진료비 급여를 전액 삭감했다. 신체기능저하군은 환자분류표 7개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준수하는지 심사하는 기관인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삭감한다.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되는 부분은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신정섭 협회 대표는 “심평원의 이같은 조치로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 강제 퇴원한 암 환자 가운데 3명은 세상을 떠났다”며 “법원은 ‘암은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가능성이 커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은 적법이다’라고 했고 대법원도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평가는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려워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심평원은 계속해서 이런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리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환우들도 참석했다. 뇌암(교모세포종) 환자 A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안 그러면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넘어진다. 그런데 통원을 하라니. 전 정부가 만든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암환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진료 받아야 하는 사람을 퇴원시킨다”며 “게다가 내 돈으로 실비보험 가입해 병원에 다니려고 하는데 왜 퇴원을 시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B씨는 “갑자기 갈 데가 없어졌다. 암이 뇌로 전이되면서 왼쪽 편마비가 왔는데, 보행이 안 되니 일단 생활이 안 된다. 가족들이 있지만 24시간 나를 돌볼 수 없는 상태다. 가족들이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죽어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미안하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B씨는 “왜 삭감을 당했는지 이유를 진짜 알고 싶다. 병원도 모른다고 한다. 어느 병원에서 날 받아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같은 사람 치료받게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 남편이 주간에 일할 때는 통원치료도 못 한다. 그렇게 되면 결론은 뻔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라남도 광양에서 온 C씨는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4기인 것을 알았다. 수술 후 후유증이 너무 커서 걷지도 못했고, 온몸에 진물이 났다”며 “요양병원이 아니면 진물이 나는 부위를 소독해주는 곳도 없더라. 그런데 7월 20일 삭감을 당했다. 암도 안 걸려본 사람들이 퇴원을 시켰다. 괜찮아지면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거다. 빨리 치료받고 가족들 밥 차려주고 싶고, 애들 키우느냐고 놀러도 못 갔는데 놀러 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기평석 가은병원 병원장은 암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을 적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평석 병원장은 “10년 전 암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44%였다. 지금은 70, 80%가 넘는다”며 “이게 무슨 얘기냐면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사망했지만 지금은 암에 걸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년 전 기준을 지금 적용하니 이런 갈등이 생기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도로 인해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 같다. ‘멀쩡히 걸어 다니는데 통원치료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암에 대한 이해가 정말 없는 것이다”라며 “암이 무서운 이유는 온몸에 암이 퍼져 말기가 될 때까지도 증상이 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멀쩡히 걸어 다닌다고 비도덕적 환자로 만드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환자의 입원분류군을 심평원이 아닌 해당 병원의 의료진이 평가해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또 신체기능저하군도 모두 입원할 수 있으며, 다만 광주지원에 청구된 요양급여비용의 경우 외출·외박 등이 잦아 입원치료를 할 만한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장기입원을 해 삭감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상생활 정도를 평가하는 ‘ADL(Activity of Daily Living) 검사 등에서 환자들은 입원을 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암환자를 무조건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환자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입원이라는 것은 통원이 정말 힘들고,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삭감되신 분들은 외출과 외박이 잦았기 때문에 통원치료가 가능하리라고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갑자기 삭감조치를 했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평균 3개월 정도 3회에 걸쳐 병원 측에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내했다”며 “환자분들 연락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병원에만 안내했고, 부당하다고 느낄 시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국민일보, 유수인 쿠키뉴스기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06243&code=14130000&cp=nv]